[글마당] 엄마의 꽃밭
머리위에 정성스레 꽃밭 하나 가꾸시는 우리 엄마 순간 피었다 온 생을 시들거리는 꽃이 싫다며 어느날 단골 장터에서 골라와 들여놓은 꽃밭엔 야생의 토끼도 다람쥐도 범접할 수 없는 엄마의 비밀정원이다 뿌리도 없이 뜨거운 계절과 맞서 싸우고 흰 눈 내리는 날 더욱 붉게 피어나는 꽃들 눈 먼 벌떼가 날아와도 손 한번 휘이 저으면 그뿐 그들의 이야기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고 지는 일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 이따금 불어닥치는 성난 바람에 손 쓸 틈도 없이 날아가는 저 싱싱한 꽃들 속 숨죽이고 있던 안개 자욱한 생 머리 풀고 일어나 세상이 다 아는 엄마의 비밀을 드러낸다 황급히 푸른 바다가 잠시 다녀가기도 하지만 어쩌랴 ! 이 안개꽃이 꽃밭의 진짜 주인 인것을 윤지영 / 시인·뉴저지글마당 엄마 꽃밭 우리 엄마 꽃밭 하나 토끼도 다람쥐